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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ng of Siren

김지희, 도병규, 손진형, 송효원 Kim JiHee, Do ByunKyu, Son JinHyoung, Song HyoWon 2025-04-09 ~ 2025-05-10

갤러리 그라프는 49일부터 5월 10일까지 김지희, 손진형, 송효원, 도병규 4인전 <Song of the Siren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처럼 우리를 매혹적인 감각의 흐름 속으로 초대하며 익숙한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각과 인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사이렌의 노래는 아름다운 노래로 인간을 유혹하여 바다로 유인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화 속 노래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세계의 틀을 흔들고 감각과 직관을 깨우는 다양한 시도를 펼친다. 작품 속에는 불안을 초월한 과감한 색채와 미감, 섬세한 모티프를 통해 각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다.

예술은 언제나 경계의 순간에서 태어난다. 현실과 환상, 이성과 본능, 질서와 혼돈 사이를 넘나들며 우리는 예술을 마주하고 경험한다.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바다와 육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울려 퍼지는 세이렌의 노래는 듣는 이의 내면을 흔들고 낯선 감각을 일깨운다. 세이렌 노래는 때로 유혹과 위협으로 나타나지만 반드시 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세이렌 노래를 어떻게 듣고 받아들일지, 그 흐름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항해자처럼 작품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파동 속에서 방향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김지희는 공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업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과 심리적 공간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존재하지만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없는 세계, 좌표는 있으나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 작품 속에 자리한다. 김지희의 회화 속 풍경들은 현실적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장면들은 모순적이고 불확실하다.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하며, 작품 속에서 흐르는 이미지들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장치는 공간을 재정의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준다. 그녀는 아크릴화와 터프팅 아트, 모듈 설치 작품 등을 활용하여 다양한 공간적 변화를 시각화하며, 불확실한 세계에서 인간이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상징적인 형태로 재현한다.

도병규는 극사실 회화를 통해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 상징적 오브제, 그리고 현실을 초월하는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서사를 교차시킨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실의 층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의 ‘Fetishrama’ 시리즈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시각적으로 탐구한다. 세밀한 묘사 속에서도 작가의 시선은 사물에 대한 관념과 감각을 깊이 있게 반영하며, 그의 회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도병규는 극사실적 기법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는 또한 앤티크 인형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적인 심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기억을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연출한다.

송효원은 현대인의 욕망과 자기 미화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업은 인간이 스스로를 이상화하고 변화시키려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작품 속 형태들은 유기적으로 변형되고 교차하며, 다채로운 색과 면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시각적 변주는 개인의 불확실성, 불안정한 상태, 그리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재창조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한다. 송효원의 작품은 고정된 형태를 거부하며, 변화와 생성의 연속성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변형해 가는지를 탐색하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작품에서는 시선이라는 시각적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욕망의 양가적인 형상을 담고 있으며, 존재의 불확실성과 끝없이 변화하는 욕망을 표현한다.

손진형은 말()의 형상을 통해 희망과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동양 신화 속 상상의 동물인 기린(麒麟)에서 영감을 받아,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말의 형상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한다. 손진형의 작품 속 말들은 단순한 동물의 형상이 아니라, 힘과 자유,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기린의 형상을 현대적인 시각언어로 변형하며, 강인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화면에 담아낸다. 작가는 또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Élan Vital' 개념을 바탕으로, 생명 에너지의 흐름과 변화를 탐구한다. 추상적인 형태와 드리핑 기법을 활용하여, 현대인의 생명력과 욕망의 동적 흐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예술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현실의 억압에서 벗어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창조적 행위였다. 앙드레 브르통은 1924초현실주의 선언에서 초현실주의를 이성의 통제를 배제하고 도덕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고의 실제 기능이라고 정의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현실을 모방하지 않고, 현실을 초월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초현실주의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한다.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의 행위가 아니다. 예술은 억제와 절제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에 깊이 스며들며 삶을 관통하는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확장시키는 힘을 지닌다.

작품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파동 속에서 우리는 방향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신은 어떠한 향해사가 될 것 인가?